서울대 어린이병원을 선택한 진짜 이유

지난번에 서울대 병원을 선택한 것까지 이야기를 했는데, 왜 서울대 병원을 선택했는지 궁금하실 거예요.

우선 저는 진짜 별의별 인터넷을 다 뒤져가며 모든 자료를 찾았어요. 대체 어떻게 해야 하고 어디로 가야 할지, 가천대 비뇨기과 의사 선생님 말대로 1년 동안 예방적 항생제만 먹어야 하는 건지, 이게 정말 전문성을 가지고 처방 내린 게 맞는 건지...

그렇게 찾고 찾다가 발견한 카페가 "아이들 수신증 이야기"라는 네이버 카페였어요. 거기서 이분 저분 후기를 봤는데 우선 제일 유명한 곳은 연대 세브란스 병원에 한 교수님이라고 들었어요. 근데 그때 당시에 워낙 대가시기도 하고 그래서 예약도 많았었고, 후기 중에 서울대 임영재 교수님 후기가 정말 많았어요.

친절하게 알려주시기도 하고 정확하게 파악해주신다고 하셔서 서울대에 제일 먼저 전화를 걸었고 다행히도 이틀 만에 제일 빠르게 예약을 잡을 수 있어서 서울대병원 소아비뇨기과 임영재 교수님께 예약을 잡게 되었어요.



수술을 결심하게 된 결정적 이유

저는 상담을 받으러 갈 때 "절대, 절대 수술은 없다"라는 마음을 가지고 출발했었어요. 이렇게 작은 아이한테 칼을 댄다는 게 말이 안 되고... 시댁에서도 첫 아이고 친정에서도 걱정이 되어서 수술은 왠만하면 안 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하셨었어요.

가서 가천길대에서 받아온 서류들도 다 등록하고 검사도 하고 순번이 되어서 교수님을 뵙게 되었어요. 당시 코로나 시기라서 마스크를 쓰고 계셨는데도 정말 젊으셔서 깜짝 놀랐어요.

그리고 나서 가천대에서 검사한 요역류검사를 보시더니 교수님께서는 더 충격적인 이야기를 하셨어요.

"3기가 아니라, 제 소견으로는 4기입니다."

정말 정말 우울했어요... 그리고 제 상황을 말씀드려 인도로 들어가야 한다는 상황임을 인지하시고, 가천길대에서는 예방적 항생제를 1년 먹으라고 했는데 어떻게 해야 하냐고 여쭤봤더니 교수님은 딱 두 가지를 이야기하시면서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하셨어요.

교수님이 수술을 권한 두 가지 이유

첫째, 처음 요로감염과 신우신염치고 신장의 다친 정도가 심하다.
둘째, 인도에 의료시설 때문에 재발했을 때 방지할 방법이 없다.

신장이 또 다치게 되면 그때는 다시 살릴 수가 없고 투석을 하거나 할 수도 있다고 이야기하셨어요. 투석이라니...

그래서 그 자리에서 15분 이야기 했을까요? 바로 수술 하겠다고 하고 나왔습니다. 나의 의지... 굳은 의지였던 수술 안 하겠다는 마음 어디로 간 걸까요? 하하



방광게실이란 무엇인가요?

방광게실이라는 걸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정말 많은 정보들을 찾으면서 보긴 보고 갔어요. 근데 설마 내 아들은 아니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웬걸... 방광게실 때문에 그 부분을 잘라내고 다시 연결시켜야 된다고 하더라고요.

원래 신장에서 내려온 소변은 다시 역류하지 못하도록 요관이 수도꼭지 역할을 해서 잠궈주는데, 방광게실이라고 요관 중 한 부분이 느슨해져서 동그렇게 공마냥 있는 거라고 설명해 주셨어요.

그래서 한쪽과 다른 한쪽을 잘라서 다시 요관을 만들어야 요가 다시 역류 안 한다고 하더라고요.



수술을 결정하고 집에 가는 길 복잡 미묘한 마음이었지만, 아이를 위한 최선이라고 생각했고 교수님도 아이를 위해서는 최대한 빠른 날짜로 수술을 하자고 하셨어요. 그래서 금요일날 방문한 병원에서 바로 그 다다음 주 월요일 제일 첫 타임으로 수술 예약을 받고 집에 왔어요.

(원래, 수술 순번이 제일 나이 어린 아이부터 혹은 위급 환자부터 새벽에 시작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나... 코로나 확진

하... 일이 잘 풀린다 했죠? 금요일날 방문한 후 저희는 그 주 주일, 일요일날 코로나 확진이 되었어요. 그것도 아이와 저 둘 다...

그때 당시 병원 가는 것도 쉽지 않았는데 가서 코로나라니... 그래서 바로 보건소에 신고를 했고 집에서 아이와 또 둘이 있으며 격리 했습니다. (진짜 입원부터... 격리까지 모든 게 제 몫이었죠...ㅠ_ㅠ)

그리고 나서 그 수술을 앞둔 전주 목요일, 담당 레지던트 선생님께 전화 왔습니다. 수술 날짜 이야기를 다시 확인하고 수술 준비물, 코로나 검사 그런 걸 받아와야 한다고요.

그래서 코로나가 걸렸고 보건소에 신고했다. 하지만 전날 검사를 받았을 때 양성이 나오면 어떻게 하냐... 했더니 코로나 걸리면 7주간 수술을 못한다는 거예요...!!!!!!

교수님의 직접 전화

마취과 권고로 수술을 못한다고 다시 일정 잡아서 연락 주신다 한 거예요... 그래서 진짜 정말 머리에 망치를 누가 때리고 간 것처럼 멍했어요... 어떡하지...?

그리고 몇 시간 뒤 전화가 왔어요. 교수님이 제 케이스는 심한 케이스라고 수술 날짜를 어떻게든 빨리 땡기라고 이야기 했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연락을 기다리고 주말 내내 기다렸는데 연락이 없는 거예요. 진짜 피가 마르는 기분이더라고요. 원래 수술이었던 날짜가 지나고 나서도 레지던트 선생님이 전화가 없는 거예요.

그때부터 또 인터넷을 엄청 서치 합니다. 그러다가 임영재 교수님의 메일 주소를 발견했어요! 그것도 아까 그 수신증 카페에서요!

실례인 줄 알면서도 정말 엄마의 마음으로 타들어 갔기 때문에 연락을 드렸어요. 그랬더니 1시간도 안 되어서 제 개인 핸드폰 번호로 전화가 오더라고요.

그러면서 원래는 마취과에서는 7주간 수술이 안 되는데, 응급의 경우는 보호자와 의사 동의하에 수술을 할 수 있다고요. 7주가 권고이긴 한데 대신 수술하다가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하셨어요.

뭐 어쩌겠어요? 제가 지금 선택할 수 있는 건 하나밖에 없는걸요. 교수님께 감사하다고 이야기를 하고 그다음 주 수요일날 첫 타임으로 예약을 잡았습니다.




수술 전날 밤의 악몽, 요로감염 재발

이렇게 저는 수술을 또 잘 할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또 생겼어요.

수술을 앞둔 주말 시댁 식구들이 와서 아이를 보고 가셨고 아이도 잘 지내고 있었어요. 그러다 월요일 아침, 오전 10시 좀 넘긴 시각 (아직도 기억해요. 왜냐면 아기 체육관에서 아이가 잘 놀아서 영상을 찍었었거든요) 분명 잘 놀고 있었는데 그걸 확인하고 몇 분 뒤 아이가 또 이상한 거예요.

뭔가 부르르 떠는 느낌? 역시나 아이를 안아보니 뜨거웠고 열을 재보니 38.3...... 설마설마설마설마를 백 번 외쳤는데... 열이 갑자기 38.7까지 오르는 거예요. 제 직감으로 이거 또 왔다 생각이 들더라고요.

가족들은 가까운 응급실 가라 이야기 했는데 제가 친정 아버지한테 부탁해서 바로 서울대 응급실로 데려다 달라고 했어요. (수술 하루 전 입원이라서 짐은 진짜 주말에 미리 싸놨는데... 그래서 바로 출발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가는 길에 교수님께 문자 하나 남겼어요. "교수님 지금 다시 열이 나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수술을 미루는 건 아니겠지 이게 요로감염이 재발한 게 아닐 수도 있잖아 감기일 수도 있잖아 진짜 별의별 생각을 하면서 서울대 어린이병원 응급실로 갔어요.

그리고 가서 바로 검사를 했고 역시 소변에서 지저분한 균이 나왔고 항생제를 투여했어요. 그리고 나서 오후에 교수님께 연락이 왔어요. 수술은 미루고 주변 응급실 가서 확인하라고요.

근데 저는 답장했죠. "교수님 저 서울대 응급실에 이미 왔습니다. 검사했더니 요로감염이라고 하네요."

기적처럼 잡힌 열

하고 나서 1시간 만에 담당 레지던트 선생님이 응급실로 왔어요. 하... 근데 이제 열이 나는 상황에서 수술은 절대 절대 못한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우선 입원해서 항생제 투여하고 수술 전날 밤까지 열이 나면 수술은 미뤄야 한다고 하셨고, 그 주 수술은 수요일까지가 마지막이라서 그다음 주 월요일로 미뤄야 한다는 거예요.

그럼 전 병원에서 1주일 대기+수술 이후 1주일 총 2주일을 병원 신세를 아이와 지내야 한다는 거죠. 그때부터 진짜 기도를 1분 1초 계속 그냥 계속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아이의 컨디션을 좋게 하기 위해서 노력을 엄청 많이 했어요. (그때 모유수유 중이라서 탈진 오지 않도록 먹이고, 밥을 먹을 시간 없어도 모유수유 때문에 국에 밥 말아서 꾸역꾸역 먹었어요)

그래도 화요일 교수님이 회진 도는 저녁 밤에 열이 안 떨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진짜 다리를 부여잡는 심정으로 "교수님... 어떡하죠...?" 했더니 교수님이 수요일 새벽, 수술 전에 다시 한번 확인하고 그때 열이 떨어지면 바로 수술을 하고 그래도 그때 안 떨어지면 수술 못한다 하셨어요.

그래서 네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외쳤고, 그날 밤 전 잠을 잤을까요?? 못 잤을까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해탈)

다행히 정말 수술 2시간 전에 열이 잡혔고 마취과에서도 통과를 받아서 아침 7시인가 수술을 받으러 들어갔습니다.

수술 당일, 대성통곡한 엄마

원래는 수술실에 수술 들어가기 전 대기실이 있고 들어가서 수술실인데, 보통 너무 어린 아이의 경우는 수술 대기실에서 보호자가 있는 상황에서 전신마취가 들어가서 하는데 (많이 울기 때문에) 그런 경우에는 잠이 들고 나서 기관 확보를 하는 거라 조금 위험하다고 설명해 주셨어요.

(수술 대기실에서 수술실 가는 거리에서 기도 확보가 안 된 상태에서 문제가 간혹 생길 수도 있대요)

근데 저희 아들 컨디션 좋으니까 또 침대 위가 신기한지 이 사람 저사람 보면서 울지도 않는 거예요(진짜 효자 평생 효자). 그래서 수술 대기실에서 인사하고 아이를 드려 보냈습니다. 수술실 들어가서도 울지 않았다고 하더라고요.



수술 후기를 보니 아이가 수술할 땐 무조건 먹고 무조건 씻어야 한대요. 아이가 나오고 나서는 아무것도 못하기 때문이죠.

아이가 수술실로 들어간 걸 보고 바로 돌아 나와서 이 말을 명심하며 편의점을 내려갔어요. 2층에서 1층 내려가는 계단에서 갑자기 눈물이 터지더니 (제가 요로감염 처음부터 수술할 때까지 아이랑 병원에 있을 땐 단 한 번도 안 울었거든요. 아이가 엄마 슬퍼하는 거 알까 봐요.)

진짜 누가 보면 아이가 죽었나 싶을 정도로 대성통곡을 하면서 편의점을 걸어갔어요. (살 건 또 사야지) 그래서 김밥 한 줄과 육개장을 사 와서 병실 안에서 정말 울면서 밥을 먹었고, 샤워를 하고 나왔어요.

수술 결과와 위급했던 순간

그리고 좀 여유가 있을 줄 알았는데 바로 연락이 오더라고요. 수술 대기실로 내려오라고요. 수술은 끝났다고요. 그래서 후다닥 내려가서 기다렸어요.

아이는 마취가 깰 때까지 잠시 대기하는데 그 순간 교수님이랑 저는 잠깐 수술 경과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요.

교수님께서 하시는 말씀은 수술은 잘 맞췄고, 다시는 재발하지 않을 거라 이야기 하셨어요.

하지만 수술 중간에 산소포화도가 70까지 떨어져서 수술을 멈추고 위급한 상황이 있었는데, 아이가 잘 버틴 것 같다고 하셨어요. (지금 쓰면서 진짜 울 큰아들 고생 많이 했네요...)

그리고 아이는 깨어났고 컨디션이 좋아서 밖으로 나와 절 만났고 입원실로 갔어요. 아이의 수술 자국을 보는데 정말 마음이 무너지면서 속상했고, 무섭기도 했지만 주름지는 부분에 맞춰서 흉 안 지게 수술해주신 교수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렸어요.


 

퇴원 후 또 다른 고비들

그리고 나서 수술을 끝내고 그다음 주 월요일인가 화요일날 퇴원 해도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퇴원을 했답니다.

집에 가니 조카들이 폐렴인가? 감기에 걸려있더라고요. 근데 저희 아이 산소포화도 70까지 갔잖아요? 그래서 바로 시댁에 연락을 드려서 병원에서 쌌던 짐 하나도 안 풀고 바로 그날 저녁 또 시댁 대전으로 내려갔습니다.

그리고 아이와 2~3주 잘 요양(?) 하다가 올라왔어요.

 


 

수술 후 1개월 검진

그리고 이제 한 달 뒤 검사를 다시 한번 받았고, 한 달 뒤 검사를 받을 때도 또 소변이 지저분하게 나와서 긴장 초긴장 했지만 초음파와 피검사를 봤을 때는 수술은 잘 되었기 때문에 출국 해도 된다고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그리고 1년 뒤 다시 검사를 하러 오라고 하셨어요. 그러니 수술 후 한 달 뒤 검사, 1년 뒤 검사 이렇게 수술 이후에는 두 번 정도 방문하는 거더라고요.

그래서 전 200일 된 아이를 데리고 남편이 있는 인도로 출국했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 한 번도 재발하지 않았고요.

1년 뒤 검진, 그리고 또 다른 검사

1년 뒤, 그러니 정확히 2023년 5월 검진을 하러 다시 들어왔어요. 괜찮겠지 이번이 마지막이겠지 했지만... 호~~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아이의 신장 상태가 초음파로 봤을 때 안 좋아 보인다는 거예요. 형태가 불명확하고... 그래서 핵의학 검사를 다시 한번 해보는 게 좋겠다고 하셨어요. 그리고 6월 중순 핵의학 검사를 받기로 했어요.

저는 한국에 들어오면서 둘째 아이가 생겼다는 걸 알았어요. 완전 임신 극초기, 그리고 5월 말부터 입덧을 시작했고요.

아시다시피 핵의학 검사는 방사선이 있어서 임신하면 보호자로 못 가요. 이때 또 남편 없이 있었기 때문에... 입덧도 너무 심하고, 보호자도 없어서 미뤄야 하나 진짜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러다가 시어머님한테 도움을 요청해서 핵의학 검사를 6월에 받았고요. 그 결과는 신장의 기능 정도가 65:35로 다친 신장이 생각보다는 상태가 안 좋다고 하셨어요.

하지만 반대쪽 신장이 그만큼 일을 잘하고 있으니까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고 하셨고, 또 2년 뒤에 재검을 받자고 하셨어요. 네버엔딩 스토리~~~~~

2년 뒤이니 25년 6월이 되겠네요. 그때 마지막 편이 되길 바라면서 길고 긴 이야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치며

제 글이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 정말 다시 한번 기나긴 여정을 꺼내게 되었네요. 중간중간 누락된 것도 있지만, 혹시 궁금하신 점은 언제든지 댓글 남겨주시면 성심성의껏 남겨드릴게요!

같은 상황의 부모님들께 드리는 조언

서울대 어린이병원 소아비뇨기과 임영재 교수님은 정말 친절하시고 아이를 위해 최선을 다해주십니다. 응급 상황에서도 직접 연락 주시고, 수술 일정도 최대한 빠르게 조정해 주셨어요.

방광게실이나 요로감염으로 고민하시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수술이 두렵지만, 아이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면 용기를 내셔야 해요.

그리고 무엇보다 엄마의 직감을 믿으세요. 제가 서울대 응급실로 바로 간 것처럼, 뭔가 이상하다 싶으면 주저하지 말고 큰 병원으로 가는 게 맞는 것 같아요.